〃새롭고 기쁘게 다시 시작합시다〃
“모든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1코린 9,22)
사랑하는 중계양업 성당 신자 여러분, 부족한 저와 함께 하나의 신앙 공동체로 엮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새해가 벌써 시작되었고, 이제는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거룩한 재계와 기도의 사순시기 입니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 주님 부활이라는 가장 큰 신비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시작의 때에, 늦은감이 있지만 올 한해 우리 중계양업 성당의 사목목표와 계획을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 19로 지난 2년여의 시간을 훨씬 넘게 우리들은 철저히 모든 것과 멀어지고 외면하는 일상의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견디면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아쉬움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간직하며 지켜온 신앙마저 낡고 오래된 옷처럼 하찮고 귀찮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이 기한도 지나버린 물건과 같이, 우리의 복된 신앙마저 굴레가 되어 버리고 폐기해야 하는 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디고 무딘 지난 시간들 안에서도 하느님과 교회는 멈춤이 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 교회에 우리의 참여와 소통, 제안을 요청하시며,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교회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또한 교구장님께서는 교구 사목교서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복음화를 강조하시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우리 본당에서도 세계 교회와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을 염두에 두고 공동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되는 작은 실천들을 마련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리의 귀한 신앙 안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1)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공동체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해야 합니다. 이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과 미사, 사랑 실천을 통해 주님을 자주 만나야 합니다.
신앙의 기초 다지기가 복음화의 본 내용입니다. 배우고 알며 해왔던 신앙 행위들을 게을리하지 말며, 기회가 될 때마다, 한번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주님과의 만남, 유대를 굳건히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첫영성체 교리반이 아니기에 숙제나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공동체,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꾸준히 성경 말씀을 읽고, 열심히 기도합시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가능한 자주 미사에 참례하며,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합시다. 이렇게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통해 복음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체험하게 되면, 복음화된 그리스도인으로서 확신있게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2)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다고 하신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교회는 교황님의 뜻에 일치하여 “공동의 집”인 지구에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 평화를 나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 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적 회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를 위하여 개인 뿐 아니라 교회가 공동체 차원에서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하고, 아울러 언어·생각·행동·정보 등의 의식과 감성의 쓰레기도 배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근거리 농산물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면서, 무절제한 소비주의 생활양식에서도 탈피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일상에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리게, 그리고 소박하게 사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교구장님의 제안이 전혀 낯선 것도 아니고, 처음 듣는 것도 아니지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보고 제안하며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교육의 시간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앙의 푸르름이 넘치는 생명력이 언제나 살아있도록 우리 스스로와 우리 주변을 가꾸어야 하겠습니다.
3)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가운데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공동체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해서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시노드 교회의 여정에 모든 구성원이 동참하기를 당부하십니다.
교회의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도구와 봉사자로 부르심 받았음을 일깨워 줍니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기준으로 교회 안팎의 다양한 문제들을 식별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시노드 정신을 계속해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행여나 앞서 가는 사람 시기하지 말고, 늦게 오는 사람에게 화내지 말고, 서로 보듬고 기다리고 손잡아 주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방향에서는 속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눈과 마음으로 계속해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 안에 함께 있다는 신앙의 확신이 중요합니다.
교구장님의 깊은 혜안과 신앙의 정수가 우리 모두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고 있습니다. 부족한 본당신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에 대한 이해와 용기를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교회가 마련한 사목 방침과 계획들이 그리 많이 어렵지는 않지만 온전한 마음으로 수용하며 따라가기는 확고한 결단마저 필요로 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미 완성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희망하며, 올 한해도 함께 걸어가는 복음화의 여정에 우리 중계양업 신앙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복된 증인이 될 수 있는 축복을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2022년 3월 6일 본당 시노드 개막을 시작하는 사순 첫 주일에
본당신부 강문석 대건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