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리더십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많은 왕과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리더십을 통해 인류 역사가 발전해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는 늘 시련을 겪어 왔으며, 이러한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됐다. 결국 한 국가의 명운은 왕이나 대통령 등 그 나라의 최고 리더가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권위주의 문화의 영향이 뿌리 깊은데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아래에서는, 특히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차지하는 비중이 가히 절대적이다.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국민생활과 직결된 제반 분야에서 어떤 유형의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며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 및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국가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활용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발전과 퇴보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종원 행정학 박사는 “대통령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를 안정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리더십 확립이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리더십 덕목을 잘 살펴서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국정 운영을 보다 훌륭히 수행한다면, 국민 대다수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저널이 이 박사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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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時代精神)이란 한 시대의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것으로,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인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이다. 이는 한 시대를 집중적으로 반영하고 그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와 과제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크게 건국, 산업화, 민주화, 복지국가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을 오늘의 성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짙은 그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건국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멍에를 남겼고, 고도성장을 이뤄낸 산업화 시기에는 그 이면에 억압과 획일적인 긴 고통이 있었다. 민주화 시대에도 경제·사회적 개혁을 제대로 성취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은 여전히 한 사회가 나가야 할 사상적 지표로서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 박사는 “리더가 성공하는 배경에는 그의 자질이나 덕목이 출중하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내지는 그가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와 리더로서의 자질이나 특성 및 장점 등이 합치되어야 한다”면서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나 요구가 달라졌는데도 리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과제나 요구에 적합한 리더십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다. 따라서 일개 부처의 장관이나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른 자질이 요구된다. 국가와 국민 전체를 리드하며 국가발전에 매진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은 국가가 처한 상황에 맞춰 국가와 국민 전체의 나아갈 바인 최선의 국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박사는 이것이 바로 대통령의 ‘시대정신 및 비전’ 제시 능력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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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 = 연합뉴스)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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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리더십…시대·장소에 따라 달라져 산업화가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적 요구일 때 성공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적 요구일 때는 불가피하게 실패한 지도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적 요구일 때 성공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적법절차에 기초한 국가제도의 개혁과 전문성에 기초한 국가경영이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적 요구일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때의 흐름과 자신의 방식이 합치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법”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이 비전을 제시한 뒤에는 이를 달성할 많은 정책들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인 각 분야의 정책에 관한 것들은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에게 맡겨 책임지게 하고, 대통령은 특별히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만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 박사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만한 수준의 핵심 정책에 대해서는 철저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또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난관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처한 시대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함께 때로는 현명한 ‘위기대응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는 일반 리더와는 그 수준이 사뭇 다른 역량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게는 능력 있는 적임자를 선택해 일을 담당케 할 수 있는 ‘인사 능력’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구체적인 세부 정책들을 다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을 부처 장차관들에게 위임해서 일을 맡겨야한다. 아울러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입법부나 사법부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분열하기 쉬운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통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즉 국민통합과 국회와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대통령 리더십 덕목에 관한 고전적인 연구, 한국의 최근 선행연구 이론과 미국 학자들의 연구 및 미국 공영방송 ‘C-SPAN’의 대통령 평가방식에서 많이 선정하는 대통령 리더십 덕목 등을 검토한 뒤에 ①도덕성, ②시대정신 및 비전(의제설정), ③추진력, ④위기대응 능력, ⑤통합력(소통), ⑥인사 능력, ⑦국민·국회와 협력의 7가지를 대통령 리더십 덕목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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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출처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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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있는 사회의 모든 부문에는 리더십이 존재한다. 이는 학교의 교실에도, 기업체에도, 사회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모든 공동체라면 어떤 형태로든 리더십을 필요로 하며 실제로도 리더십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리더십은 이러한 사회의 일반적인 리더십과는 전혀 다르다. 이는 국가만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국가는 사회의 모든 공동체를 포괄하는 정치 공동체로서 합법적 폭력의 독점과 강제력의 행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국가가 국민에게 생명(국방 의무)과 재산(납세 의무) 등을 요구하는 강제력은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성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이상적인 국가 리더십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박사는 “국가의 통치에는 공공성이 생명이다. 이에 국정의 최고 리더는 고도의 윤리의식과 더불어 공동체 전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지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건전성과 연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히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계층에 대해서도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또한 각 부문 간의 균형과 조화,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 나아가 국가가 갖고 있는 힘의 외부적 사용에서도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박사는 “대통령은 그 자체가 국가라는 제도의 최고 행위자로서 그 영향이 지대한 만큼,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고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나라의 정치적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와 지도자를 갖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훌륭한 국가 리더십은 결국 훌륭한 팔로어십(Followership)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사적인 인연으로, 지역감정 또는 단순한 응징심리에 따라 우리의 국가 리더를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은 권력을 바탕으로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을 사명으로 해야 한다. 또 얼마나 공공성을 갖추었으며, 얼마나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으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어 국가 통치에 필요한 대통령 리더십 덕목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가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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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 = CNB포토뱅크)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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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핵문제 등 남북분단에 따른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할 수 있겠으나, 이념과 갈등으로 편이 갈려 있는 우리나라는 소통과 통합의 대통령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박사는 “앞서 말한 7가지 대통령 리더십 덕목 외에도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⑧권력의지(주변 추종자의 헌신에 대한 보증각서이자 권력창출의 동력이라 할 수 있으며, 권력에 대한 대통령 자신의 집착과 염원), ⑨전국적인 규모의 핵심 지지그룹(예를 들면 박사모, 노사모 등), ⑩조직력(보유하고 있는 인력이나 자원 등을 통일적인 체계에 따라 효율적으로 이용해 최대한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의 대통령 리더십 덕목이 추가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현재까지 11명의 대통령을 국가의 리더로 세웠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들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매우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왜 우리에게는 국민 대다수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이르러서는 시민봉기와 쿠데타 또는 자신을 비롯한 측근 및 친인척들의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얼룩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임기 초기에 높은 지지도와 정통성을 확보한 대통령마저도 임기 말에는 낮은 지지도와 불미스러운 사건 등에 휘말리는 것이 반복돼 왔다. 건국의 아버지는 시민봉기에 의해 외국으로 망명했고, 산업화의 리더는 믿었던 부하의 손에 시해 당했다. 또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두 대통령은 퇴임 후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민주화의 중심에 있던 두 거인 역시 부패 문제로 자식들을 감옥에 보내야 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대통령은 스스로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이처럼 한국 대통령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우울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0일에 맞춰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지정해 공휴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을 꼽으며 진심어린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 있다.
이 박사는 “앞으로는 우리나라에도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고, 시대정신에 조응하며, 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열정과 진정성으로 국익과 공약을 조화시키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국민들과 공감하는 능력과 경외심을 심어주면서도 미움을 사지 않는 포용의 리더십이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위해서는 그저 리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책임의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원 박사 학력 -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학위
경력 - 현) (주)파노라마여행사 CFO
- 현) 성균관대 총동창회 상임이사
- 현) KR멤버즈 회장
- 광운대학교 출강
- 월드컨설팅 CEO
- DAI-ICHI MUTUAL LIFE INSURANCE 초청 세미나 참가
논문 및 저서
-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연구
-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 덕목에 관한 연구
- 한국 부동산 정책 변천사
- 시대정신과 한국대통령 리더십 덕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