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연중 제 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교회는 오늘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기념하며, 가난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
난한 이들과 깊은 형제애를 나누도록 촉구합니다. 그리스도와 가난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가난하게 되시어(2코린
8.9 참조), 가난한 이들에 파견되셨습니다(루카 4.48; 19.10 참조). 교회가 ‘세
계 가난한 이의 날’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의
바로 전 주일에 기념하는 것도 그리스도와 가난의 깊은 관련성 때문일 것입
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가난의 의미를 잘 새기면서, 그리스도왕 대축
일을 참되게 거행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헐벗고 모
든 것을 빼앗긴 십자가의 가난에서 그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성부께 자기를 온전히 내맡기시면서 가장 낮은 자리로서 세상을
섬기신 그리스도의 가난을 따라야 합니다. 제2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가난을 닮아야 한다고 천명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가 되
셨듯이 교회도 비우고 버려야 한다고 그리스도께서 가난과 박해 속에서 구원
활동을 완수하셨듯이 그렇게 교회도 똑같은 방식으로 구원 활동에 참여해
야 하며,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파견되셨듯이 교회도 고통받는 사
람을 찾아가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고
통받는 모습을 알아보고,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섬겨야 함을 강조합니다
(교회 헌장, 8항 참조)
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난을 닮아야 합니다. 이러한 가난을 자기 것으로
할 때, 모든 것을 하느님 뜻에 맡기며 보호와 도움을 구하는 이웃에게 나아
갈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책임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가난을 간직할 때 시작합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