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화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토마스 힐 그린 신부는 계약적인 주종 관계와 사랑의 가족 관계를 비교합니
다. 주종 관계는 책임과 의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만, 사랑의 가족 관계는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는 환자와 간병하는 사람의 비유로 이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계약적인 주종 관계는 환자와 직업 간병인의 관계와 같습니다. 간병인이 성
심성의껏 환자를 돌보아 준다고 하더라도 그 둘은 남남이며, 계약으로 맺어
진 관계입니다. 간병인은 환자를 돌보는 대가로 돈을 받기에 생각한 만큼 돈
들 받지 못하면 그는 그 이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간병인은 자신
게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환자를 두고 떠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삶이 사
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간병인은 자기에게 더 급한 일이 있다면 임
종을 지키지 않은 수 있고, 그에 따른 죄책감을 느낄 책임도 없습니다. 책임
과 의무의 범위가 분명한 관계입니다.
그러나 환자를 돌보는 이가 사랑하는 아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내는 출퇴근 없이 밤낮으로 그를 돌봅니다. 이 돌봄에 보수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만일 환자가 사흘밖에 살지 못한다면, 아내는 모든 일을 뒤로하
고 그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엄청난 일이지만, 사랑하는 아내
라면 이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토마스 힐 그
린,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63-71면 참조)
오늘 복음의 종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의 그 이상을 하며 주종 관계를 뛰어
넘습니다. 주님께서는 처음에는 주종 관계로 우리를 부르시지만, 마침내 사랑
의 가족 관계를 맺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그저 몇 가
지 계명과 의무를 지키는 것으로 충분한 계약의 관계에 머무르지 말고, 서로에
게 가장 중요한 가족이 되는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