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어떤 사람에게 세 명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첫 번째 친구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겼고 늘 함께 있고 싶어 하였습니다. 두 번째 친구는 좋아하기는
하였지만, 첫 번째 친구만큼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세 번째 친구에
게는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임금에게서
궁으로 들어오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혹시 무슨 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 그는 세 명의 친구에게 임금 앞에 함께 가 달라고 차례로 부탁하
였습니다.
그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여간 첫 번째 친구는 딱 잘라 거절하였습니다.
다음 두 번째 친구는 궁전 문 앞까지는 함께 가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어
렵다고 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친구에게 부탁하였는데 그는 흔
쾌히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기꺼이 함께 가겠네, 자네는 어떤 나쁜 짓도 하
지 않았으니 두려워할 것 없네, 내가 함께 가서 임금께 자네가 어떤 사람인
지를 잘 말씀드려 주지.”
임금의 부름은 죽은 뒤 하느님 앞에 서는 것을 뜻합니다. 첫 번째 친구는
재산입니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모으
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두 번째 친구
는 가족과 친척들입니다. 그들은 무덤까지 따라와 주지만, 죽은 이가 무덤에
묻히고 나면 그를 혼자 두고 돌아갑니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입니다.
그의 선행은 그가 죽은 뒤에도 영원히 그와 함께 남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탈무드에 나오는 유명한 세 친구 이야기로, 하느님 앞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마지
막 순간에도 집과 들에 남겨진 재산에 마음을 쓰는 어리석은 자들에 대하
여 말씀하십니다. 마지막 날에 주님 앞에 동행할 친구는 돈이나 재산이 아
닌 오직 사랑의 실천뿐입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