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광야에 놓아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으러 가
는 목자는 그리 좋은 목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마리의 양을 위하여 나머
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놓아둔 무책임한 목자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속성’을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를 구원하시고자 하며, 단 한 마리의
양도 버리시거나 포기하실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백 마리를 돌볼 때 한
마리쯤 잃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아주 작은 기회비용이라하고 여
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버림과 포기라는 말이 없으며, 그분께
한 마리를 잃는다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한 마리 때문에 아흔
아홉 마리를 놓아두시는 분이 아니라, 단 한 마리도 포기하시지 않고 모두
구원하시는 분이십니다.
곧 이 비유는 버림받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 이야기가 아니라, 길 잃은
한 마리이 양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 가운데 또 다른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면 주님께서는 곧바로 그 양을 찾아 나서실 것입니다. 이
는 아흔아홉 명의 구원을 배제한 채 특정한 한 명의 구원을 말하는 것이 아
니라, 그 누구도 주님의 구원 의지에서 멀어질 수 없음을 뜻합니다.
우리도 길 잃은 영혼 하나를 찾으러 나가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한 영혼
을 포기하고 배제하면서 회개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공동
체보다,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한 사람의 회개를 이끌고 그것에 기뻐하
는 공동체를 바라십니다. 그런 공동체가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
시는 하느님과 닮았습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