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오늘 복음의 말씀은 일상적인 생활 태도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특별히 복음
을 선포하러 떠날 때의 자세에 관한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러 떠날
때, 인간적인 준비와 계획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제자
들은 빈손아 아닙니다. 제자들이 지니고 가는 것은 오직 예수님께서 그저 그들에
게 주신 “힘과 권한”(루카 9.1)입니다. 그 힘과 권한이 그들에게 복음을 선포
할 수 있게 합니다. 다른 어떤 준비는 없습니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
가지 않으면, 그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서 안전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순간에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복음
을 선포하여야 합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서 그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 머물라는 말씀도, 더 좋은
곳을 찾아 옮겨 다니지 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는 뜻입니다. 음식도 준
비하지 않고 복음을 선포하러 다닐 때 그를 맞아주는 이가 있다면 그렇게
주어지는 상황을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더 좋은 집, 더 나은 대접을 찾아다
니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오늘 복음의 말을 꼭 글자 그대로 따를 일은 아
니라고 생각합니다. 바오로 사도만 하더라도 필리피 신자들 말고는 다른 이
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았고 자기가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며 생활하
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며 준비하여 복음 선포의 일이 자
기가 계획한 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주님께서 주신 “힘과
권한”이나 그분께서 받은 파견의 자리는 없습니다. 파견은 내 계획과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힘과 권한”을 지니고 어떤 상황 속에
내가 던져지는 것입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