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연중 제24주일
오늘 복음은 16장까지 있는 마르코 복음서 8장, 곧 한가운데입니다. “하느
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마르 1.1)이라고 시작한 이 책에서,
진도를 절반쯤 나간 것 같습니다. 이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알
았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분께서 어떤 그리스도이신지를 알지 못하였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메시아의 모습에 예수님을 끼워 맞추려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베드로는 스스
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에 대하서 말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고백하고 나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 이제부터 세 번에 걸쳐 예고하시겠지만 그때
마다 제자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십자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높은 자리
를 두고 다툽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로서 합당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상상하는 무엇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서가 전하는 내용도 다르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가서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그리
스도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따르려는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가만
히 계시면서 우리에게 구원되리라 하신 분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고 돌아가
시고 부활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마르
8.34)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믿음에 따르는 수고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