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레위기에 따르면 나병 환자는 사람들이 다가오거나 누군가 자신의 주변에
있으면, “부정한 사람이오.”(레위 13.45)하고 외처야 하였습니다. 아무도 그에
게 손을 대서도 안 되고, 그 또한 누군가와 접촉하여서도 안 되었습니다. 진
영이나 도시 밖에 살아야 하는(13.46 참조) 나병 환자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경멸과 모욕하는 마음으로 그를 피하였을 것입니
다. 나병에 걸리면 병으로도 고통받았지만,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아마도 사
람들에게서 겪는 깊은 단절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병 환자는 오늘 복음에서 결코 하여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합니
다. 예수님께 다가가 도움을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만이 자신을 고쳐 주실 수 있다는 믿음
이 그를 이렇게 움직이게 만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
하셨다.” 예수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마음은 ‘가엾은 마음’이었습니다. “가엾
은 마음”으로 옮긴 그리스 말의 어원적 의미를 보면, ‘애가 타는 마음’ ‘심장
이 찢어지는 마음’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엾은 마음’은 그
분께서 나병 환자의 몸에 몸소 손을 대시게 만듭니다. 사람들과의 단절로
상처받은 그의 마음과 영혼을 예수님께서 고쳐 주십니다. 그리고 나병환자
에게 정말로 필요한 말씀, 그가 생명을 누릴 수 있는 말씀을 하여 주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가장 절망적일 때 우리가 찾고 만나야 할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성체 안
에 살아 계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성체 앞에 머물 때 마다 나병 환자에게
행하신 기적을 그대로 일으키십니다.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우리 영혼
의 깊은 상처에 손을 대시며, 생명의 말씀과 치유의 말씀을 하여 주십니다.
성체 앞에 머물러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신비를 알 수 없습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