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믿음은 어떻게 생길까? 여러분은 어떻게 누군가를 믿게 되었나요? 첫 만
남부터 믿음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부
터 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앎’이 생깁니다. 그 앎이 좋아 더
자주 만나면 좋아하게 됩니다. 좋아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
고, 마침내 그 사람을 믿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쳐 누군
가를 이미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누
군가를 믿을 때는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좀처럼 예수
님께는 이러한 과정을 겪을 기회를 내드리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그분을
자주 만나지도 않고, 그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어
떤 분이신지 알려고도 않습니다. 그러면서 ‘믿음이 없다’고 말합니다. 예수
님과는 이러한 과정을 함께하십시오.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와서 보아라.”라는 예수님의 말씀
을 듣자 다음과 같이 행동합니다.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
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가다’(직역; 오다),‘보다’, ‘묵다’(직역; 머무르
다). 제자들은 이 세 가지 행동으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합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예수님에 대한 ‘앎’과 ‘믿음’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오다’, ‘보다’, ‘머무르다’는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게 하여 주고, 그
분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하여 주는 행동들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오래
하였어도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잘 모르고, 믿음이 언제나 제자리인 것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제자들이 보여 주는 세 가지 행동을 예수님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체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께 ‘오십시오,’ 그분을 ‘바라보
고’ 그분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믿음은 다른 과정이 아닌 이
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기도 자라고 열매를 맺습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