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오늘 복음은 한나라는 예언자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는 늘 성전에 머무
르며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을 섬기는 과부였습니다. 젊은 시절에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만 살고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고 하니, 어림짐작
하여 60여 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
에 그렇게 철저히 자기 봉헌 생활로 평생을 지낼 수 있었을까요? 남편을 일
찍 떠나보내고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을까요? 아니면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
심을 받았을까요? 분명한 것은 그가 보낸 긴 세월이 메시아를 만나려는 준
비의 시간이었고, 결국 메시아를 만나 그동안의 고된 여정에 대한 보상을 받
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종살이 때에 예수님과 이룰 결정적인 만남을 준비하
는 여정에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나’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삶
을 살도록 주문하여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
습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라고 하시는데(9.23 참조), 솔직히 잘 버리지도 못하
겠고, 버리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눈에 보기 좋
은 것과 우리 입에 맞는 것들을 손에 한가득 쥐고서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
으려고 욕심부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독서는 그렇게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여
정에 방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
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
히 남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리고 싶은 것을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들인가 봅니다. 손의 힘을 풀고 세상에 초연한 자세로 있어
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랜 세월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 섬기는 일에 충
실하였던 한나처럼,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하느님을 섬기며 그분을 사랑하
는 일에 더욱 관심을 쏟도록 합시다. 그것이 우리에게 영원히 남는 것이기 때
문입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