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금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시메온은, 죽기 전에 그리스도를 꼭 만나게 될 것이라
는 성령의 약속을 믿으며, 그 때를 간절히 기다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가게 된 시메온은 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 온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심을 알아봅니다. 그 귀중한
존재를 자신의 두 팔에 받아 안고, 눈을 마주치며, 성령께서 약속하신 위로
와 구원의 때가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시메온은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의 영광’으로 오신 분의 모습을
자기 눈에 직접 담을 수 있었던, 참으로 복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예수님을 직접 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단 한 번만이라
도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의 약한 믿음이 더욱 굳건하여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천 년 전 예수님을 목격한 이들 모두가 그분
을 구세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음을 떠올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
앞에서 그토록 많은 표징을 일으키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다.”(요
한 12.37). 이는 눈으로 보는 것이 반드시 신앙과 곧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는 것을 암시합니다. 비록 육의 눈이 그분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본 사
람들의 증언으로 그분을 알게 되고 또 믿게 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
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중요한 것은 결국 ‘신앙의 눈’이 아닐까요? 이천 년 전 예수님을 목격
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은 성경 말씀으로 남아, 우리가 영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줍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이 말
씀은 당대의 목격 증인들뿐만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분의 영광을
바라보았음을 세상에 전하는 신앙 고백이 될 수 있습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