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월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
시다”(루카 2.11). ‘구원자’이시고 ‘주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신 분께서 탄생하셨
다는 천사의 기쁜 소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날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위의 호칭들보다 심오한 예수님
의 정체를 계시하며, 성자 강생의 신비를 한층 더 깊이 묵상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한처음 말씀이 계셨다.” 여기서 말하는 ‘한처음’은 세상이 창조되던
‘한처음’(창세 1.1)을 훨씬 앞서는 시기, 곧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범
주를 뛰어넘는 ‘한처음’입니다. 말씀이신 분께서는 그러한 ‘한처음’의 순간에
생겨나신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도 이미 존재하고 계셨던 분으로 드러납니
다. 말씀은 하느님과 늘 함께 계셨으며, 그분도 하느님이셨습니다. 곧 아버지
하느님과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이신 성자 하느님이셨습니다. 성부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시어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께
서는 생명을 지니신 분으로 사람들을 비추는 빛이셨습니다. 곧 말씀은 당신
을 통하여 창조된 사람들이 삶을 영원토록 하는 모든 은총의 원천이셨던
것입니다.
말씀이시고 하느님이시며 빛으로 정의되시는 분께서 오늘 이 세상에 몸
소 내려오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런데 그분
께서는 당신의 본 모습대로 내려오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어, 곧 인간의
육을 취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사람이 되신 당신을 믿고 받아들이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되는 권한, 곧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그리하셨습니다.
구유에 누워 곤히 잠든 이 아기는 이처럼 놀라운 신비로 가득하신 분이
십니다. 초라한 마구간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 영광이지만, 우리의 영적
인 눈은 이미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