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월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새벽 미사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처음 들은 이들은 베들레헴의 목자들이었습니다. 다
윗은 베들레헴 출신의 양을 치는 목자이기에(1사무16.11; 17.15.20 참조), 다
윗의 후손으로 오신 이의 탄생 소식은 그러한 연관 속에서 베들레헴 지역의
목자들에게 먼저 전하여졌으리라 생각하여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비천한 신분이었습니다. 들에서 야영을 하면서, 양들을 기르고 보살피며 맹
수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밤새 보초를 서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시대 권력자들과 종교 지도자들보다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이 먼저 전하여지고 있
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
난 일을 봅시다.” 목자들은 서둘러 고을로 내려가서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를 찾아냅니다. 사실 들판에서 사는 목자들이 자기 양 떼를 놓아두고 이동한
다는 것은 대단히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천사의 소식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말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구원자이신 주 그리
스도께서 태어나셨다는데, 그런 높으신 분을 짐승의 여물통에 모시다니, 도
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천사의 말을
신뢰 하였고, 가서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직접 보고 믿게 됩니다. 그 역설
적인 광경은 천사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리는 표징이 된 셈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의 마음에 드는 사람
들에게 평화!” 동트는 새벽, 천사는 우리에게도 주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
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여 줍니다. 믿기 힘든 소식에도 서둘러 구유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목자들처럼, 같은 소식을 들은 우리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
운데, 구유에 누워 계신 분께 경배드리도록 발걸음을 재촉합시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