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오늘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
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
지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서 감추거나
드러내시는 ‘이것’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신비를 가리킵니다. 이는 하
느님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이 지혜가 감
추어질까요? 그들의 ‘지혜’가 하느님의 지혜를 받아들이기들 거부하기 때문입
니다. 오히려 철부지 어린아이들(그리스 말로 ‘네피오스’), 곧 세상의 지혜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이들이 하느님의 지혜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사야서의 말씀을 떠오르게 합니다. “나는 이 백성
에게 놀라운 일을, 놀랍고 기이한 일을 계속 보이리라. 그리하여 지혜롭
다는 자들의 지혜는 사라지고, 슬기롭다는 자들의 슬기는 자취를 감추리
라”(29.14). 하느님의 지혜, 곧 그분께서 계획하신 놀랍고도 기이한 일은 결국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통한 아드님의 구원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에
관하여 깊이 통찰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
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
들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 . .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
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코린 .22-24).
하느님께서는 철부지들인 우리에게 당신의 심오한 지혜를 드러내 보이셨
습니다. 그 지혜를 얻게 된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바로 십자가의 복음이며
우리가 선포하는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세상에
서 그 나름으로 ‘지혜롭다는 자들’이 그런 우리를 어리석은 사람 취급할 때
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그들의 지혜보다 더 지
혜롭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순간의 부끄러움 때문에 십자가를 등 뒤로 숨
기는 일이야말로 정녕 어리석은 행동이지 않을까요?
- 매일 미사 오늘이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