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대림 제1주일
오늘은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입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
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교회의 전례주년은 언제나 대림
시기로 시작 됩니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임하심 곧 오심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며 성자께서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는 성턴
절을 기다리면서, 또한 지상에서 임무를 마치시고 하늘로 오르신 그분께서
다시 이 세상에 오실 종말의 때를 기다립니다.
대림 시기의 첫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오
늘 복음에는 다섯 구절에 지나지 않는 짧은 단락 안에 이 표현이 네 번이나 나
옵니다. 그만큼 당신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이들이 언제나 깨어 있기를 바
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문맥 안
에서 이 단락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의 여정에 들어가시기 바로 전에 하신
말씀으로 나타납니다. 곧 그분께서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실제로 밤에 잠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 영적으로 잠들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영적인 수면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
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릴 필요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상살이에 만족하며 현재의 삶을 더 오래 누리고 싶은 욕망이 커질수록, 영
원한 생명과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기 마련입니다. 흥
미진진한 볼거리로 육의 눈은 말똥말똥 뜨고 있지만, 영의 눈은 무거운 눈꺼
풀로 감겨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 시대의 코린토 교우들이 예수 그리스
도께서 다시 나타나시기를 간절히 기다린 것처럼,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늘
깨어 있도록 합시다.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당신 앞에서
산들이 뒤흔들리리이다.“ 이 탄원이 영광스럽게 오실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
리는 우리 모두의 탄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