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요? 루카 복음 14장 26절에서 ‘미워하다’로 옮긴 그
리스 말은 ‘선호하다’로도 변역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
보다 나를 선호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보통은 돌잔치 때 돌잡이를 합니다. 손에 무엇인가 쥐고 있는 어린아이
는 그것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다른 것을 잡을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을 잡으
라면 꽉 쥐고 있는 손을 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들
어오시게 하려면 우리도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
하여야 합니다. 자기 의지나 생각이나 계획으로 가득 차 있으면 하느님께서
그 안에 머무르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며 주님으로, 예수님을 스승이며 구세주로 고백하면서
자기육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남편, 형제와 자매, 자녀와 손주, 자신
의 목숨을 하느님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습
니다.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들, 자신의 소유라고 여기는 것들, 그것을 버
리면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들, 바로 그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머무르실 작은 공간과 짧은 시간을 봉헌할 때, 우리는 예수님의
참제자가 될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도 우리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실 것입
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