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월 20일 수요일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오늘 우리는 103위 순교 성인을 비롯하여 한국 교회의 자랑스러운 신앙 선
조들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많은 분이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
린 영화 ‘탄생’을 보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순교자
들이 보여 준 기개와 의연한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순교의
때를 오히려 영광과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김대건 신부님
의 참수 장면에서,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는 가운데 천주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하늘 나라의 행복을 노래하던 신부님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
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연하여 보였습니다. ‘도대체 그런 용기와 당당함은 어
디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
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진장한 ‘목숨’, 곧 영원한 생
명을 얻으려는 사람은 현세의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전자의 목숨이 후자의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 영원한 목숨의 가치를 제대로 알
아본 사람들이었고, 그것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할 수 있었
습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평화를 누리고,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의인들처럼 말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
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
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의인들이 벌을 받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제1독서).
우리는 확신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에 대
하여, 우리가 얻게 될 구원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돌아보
았으면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러하였듯이, 확신에 찬 신앙인은 그 어떠한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
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제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
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제2독서).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