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제1독서는 민수기의 구리 뱀 이야기를 전합니다. 광야 생활에 지친 이스라
엘 백성은 모세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불 뱀을 보
내시어 불평한 자들을 물어 죽게 하십니다. 그러자 백성은 죄를 뉘우치고
구원을 간청합니다. 주님께서는 곧바로 모세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십니
다. 구리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자, 뱀에 물린 사람이 그것을 쳐다
보고 살아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구리 뱀 사건이 바로 십자가 사건의 예표였습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
서 드러납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
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모세가 들어 올린 구리 뱀은 예수님을 가리키며, 그 구
리 뱀을 달아 놓은 기둥은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를 가리킵니다. 예수
님께서는 광야에서 구리 뱀이 들어 올려진 것처럼 당신 자신도 그렇게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들어 올려진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
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처럼, 들어 올려진 예수님을 쳐다본 사람도 누구
나 살아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런데 두 사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광야에서의 뱀은 모세가 구리로 만들 조형물에 지나지 않으나, 골고타에서
의 ‘뱀’은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셨습니다. 왜 그토록 아끼시는 외아드님을 ‘뱀’
으로 내어주셔야 하셨을까요?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
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
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십자가는 결국 하느님의 구원 의지와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표
지입니다. 그 십자가가 세상을 구원하도록 높이 들어 올려졌습니다. 세상 한
가운데 우뚝 솟아 그것을 바라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
것입니다.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도 구원의 표징이 매달리신
그 기둥을 바라보며 경배드립시다. 바로 거기에 하느님이 사랑이 가득하고, 바
로 그곳에 우리 구원이 달려 있습니다.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모두 와서 경배하세”(성금요일, ‘십자가를 보여 주는 예식’중에서)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