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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연중 제22주간부터 우리는 평일 복음에서 루카 복음서를 읽게 됩니다.

첫날인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고향 나자렛으로 향하십니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길릴래아의 여러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신 뒤에 고향을 방문하시는데(마태 13.54-58; 마르 6.1-6 참조),

루카 복음서에서는 고향 방문이 그분 공생활의 시작에 나타납니다. 루카 복

음서의 나자렛 이야기는 예수님의 활동의 서막을 올리며 앞으로 전개될 그분

의 행적과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요약하여 미리 제시하는 기능을 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전체는 구약의 예언, 특히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실

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름부음으로 주님의 영이 내리셨다는

말씀은 세례를 받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머리 위로 성령께서 오시는 장면

을 떠올리게 합니다(3.21-22 참조). 그는 앞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

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은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는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

에서 전개되는 예수님의 활동들은 이 예언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분을 따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메시아의 앞길은 성공과 승리가 보장

되는 듯 보였으나, 예수님께서는 이와 전혀 다른 수난과 패배의 길을 걷고

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겪을 그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들이셨

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공생활의 장엄한 시작을 알리는 단락임에도 그

시작부터 위기에 놓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나자렛 사

람들이 예수님을 고을 밖 벼랑까지 끌고 가 떨어뜨리려 한 것입니다. 예수님

께서 당신의 고향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시는 모습은 뒤에 당신의 백성에게

배척당하실 모습의 암시합니다.

이처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 전체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공생활의 시작(나자렛 설교)에서 마침(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그

려보며, 그 여정이 죄와 죽음의 속박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구원하시는 길

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

졌다.” 이천 년 전 사람들에게 구원의 실현을 알리시던 이 말씀은 같은 복음

을 듣고 있는 오늘, 우리 가운데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