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연중 제22주간부터 우리는 평일 복음에서 루카 복음서를 읽게 됩니다. 그
첫날인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고향 나자렛으로 향하십니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길릴래아의 여러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신 뒤에 고향을 방문하시는데(마태 13.54-58; 마르 6.1-6 참조),
루카 복음서에서는 고향 방문이 그분 공생활의 시작에 나타납니다. 루카 복
음서의 나자렛 이야기는 예수님의 활동의 서막을 올리며 앞으로 전개될 그분
의 행적과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요약하여 미리 제시하는 기능을 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전체는 구약의 예언, 특히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실
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름부음으로 주님의 영이 내리셨다는
말씀은 세례를 받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머리 위로 성령께서 오시는 장면
을 떠올리게 합니다(3.21-22 참조). 그는 앞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
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은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는”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
에서 전개되는 예수님의 활동들은 이 예언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분을 따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메시아의 앞길은 성공과 승리가 보장
되는 듯 보였으나, 예수님께서는 이와 전혀 다른 수난과 패배의 길을 걷고
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겪을 그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들이셨
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공생활의 장엄한 시작을 알리는 단락임에도 그
시작부터 위기에 놓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나자렛 사
람들이 예수님을 고을 밖 벼랑까지 끌고 가 떨어뜨리려 한 것입니다. 예수님
께서 당신의 고향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시는 모습은 뒤에 당신의 백성에게
배척당하실 모습의 암시합니다.
이처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 전체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공생활의 시작(나자렛 설교)에서 마침(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그
려보며, 그 여정이 죄와 죽음의 속박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구원하시는 길
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
졌다.” 이천 년 전 사람들에게 구원의 실현을 알리시던 이 말씀은 같은 복음
을 듣고 있는 오늘, 우리 가운데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