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나자렛 회당에서 하신 설교에서(어제 복음)앞으로 펼치실 구원 사업의 성격
을 미리 드러내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공생활 여정을 시작하십니
다.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서에 나타나는 첫 번째 기적 이야기입니다. 그런
데 첫 번째 기적으로 구마(驅魔)를 하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
니다. 예수님의 직무를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도록, 다시 말해 초자연적
이고 종말론적인 배경에서 그분의 활동을 이해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기 때문
입니다.
예수님의 등장으로 세상의 권세를 휘어잡던 사탄의 세력은 큰 위기에
부딪습니다. 더러운 마귀에 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보고 이렇게 소리칩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마귀
는 예수님과 자신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당신(예수님)과
‘저희(마귀들) 사이에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
은 예수님의 ‘거룩한’과 마귀의 ‘더러움’입니다. 성경에서 거룩함은 하느님의
고유한 특성으로 이해합니다. 이야기 속 마귀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특성
을 공유하시는 분(‘하느님의 거룩한 분’)이시자 자기들을 멸망시키러 오신 분이
심을 알고 극도로 경계하며 그분께 대항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온신 것은 무엇보다 더러운 악의 속박에서 인류를 해방하시고 그
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시기 위함입니다. 그분의 구마 행위는 ‘억압받는 이
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리라.’(4.18 참조)는 나자렛 설교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로 얼룩진 더러움의 세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어 거룩
한 나라, 곧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게 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
슨 상관이 있습니까?” 거룩하신 예수님과 더러운 악령들 사이에 어떠한 접
점도 찾을 수 없듯이, 그분의 제자들인 우리도 악의 세계와 어떠한 것도 공
유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육과 영의 모든 더러움에서 우리 자신을
깨끗이하여, 하느님을 경외하며 온전히 거룩하게 됩시다."(2코린 7.1)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