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열 처녀를 슬기롭
거나 어리석은 인물로 구분 짓는 기준은 바로 준비성입니다. 날이 어두워질 때
를 대비하여 등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신랑을 맞이할 준비는 열 처녀가 모두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관건은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가 입
니다. 그 시대 유다인들의 혼인 풍습은 고려하여 볼 때, 여분의 기름을 준비한
다섯 처녀는 현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혼인 잔치를 앞둔 신랑은 아마도 신부
아버지가 될 사람과 혼인 계약서를 쓰러 길을 떠난 것으로 보이는데, 장인과
세부 사항들을 하나하나 조율하다 보면 예상 시간보다 오래 걸려서 늦게 돌아
올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고려한 다섯 처녀는 신랑을 기다리는 동안 밝
힐 등기름을 넉넉하게 마련하였지만, 나머지 다섯은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하
지 않았기에 기름을 따로 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는 나름대로 마지막 때를 잘 준비하
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비유에서처럼 등을 마련하고도 그 등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떠할까요? 신앙을 가지게 되었으나 그
믿음을 유지할 연료, 곧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그러한 신앙
은 기름 없는 등과 마찬가지입니다. ‘주님, 주님!’ 한다고 다 구원에 이르는 것
은 아닙니다. 이미 닫혀 버린 문 앞에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
오.”하고 외치는 처녀들의 절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예수님
께서는 우리가 종말을 슬기롭고 철저하게 준비하기를 바라십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7.21).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