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부활 제7주간 토요일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베드로가 순교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
씀하셨습니다(21.18-19 참조). 그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허리띠를 매
끌고 갈 것이라는 말씀에, 십자가의 가로 기둥(파타불룸)에 묶여 형장으로 가
는 베드로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던
요한의 운명을 여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답변은 사실, ‘그의 길은 네 알
바 아니다. 너는 너의 길을 충실히 걸으면 그만이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요한이 주님께서 돌아가신 뒤 68년을 더 살았다는 기록이(성 예로니모,
「명인목」[De Viris IIIustribus], 9 참조) 아니더라도, 교회 전승은 요한이 오래 세
월을 살면서 복음(21.24 참조)과 서간들과 묵시록을 남겼다고 말합니다. 다
시 말하여, 베드로는 사목과 순교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도록 부르심을
받았고, 요한은 사도들이 모두 순교한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주님과의 친
밀함에 바탕을 둔 증언과 구원의 신비를 기록하여 전달하는 사명을 받은 것
입니다. 어느 소명도 주님의 계획 안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가택 연금 상태에서도 순교하기까지 복음을 열렬히 전하며 사명을 끝까
지 마친 바오로의 담대함을 기억합니다(제1독서 참조). 베드로와 요한과 바오
로 모두 그러하였듯이, 우리도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으로’, ‘고유한 사명
을 통하여’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내 가족과 이웃의
고유함을 깊이 존중하며 사도들이 전하여 준 ‘복음’을 그들과 함께 나누는
삶 안에, 우리 부활의 길이 있음을 믿습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
5월 27일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
“축제의 가장 중요한 날인 마지막 날”은 초막절의 일곱째 날로, 유다인들은
‘물과 불’의 예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사제들은 실로암 못에서 성전까지 장엄
하게 행진하고, 실로암 못에서 물을 길어다가 돌 제단에 붓고 불을 밝혔습니
다. 이 예식은 하느님께서 바위에서 물을 내시고 불기둥으로 인도하시어 광
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마침내 생명으로 이끄신 구원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이
었습니다. 물과 불의 예식이 끝나 저무는 마지막 날, 주님께서는 성전 한
가운데 서시어 참 ‘생명의 물’에 관하여 선포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해
마다 기념하고 갈망하던 그 물과 불이 다름 아닌 영원한 생명의 물인 성령,
불의 혀 모양으로 오실 성령이심을 알려 주신 것입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
나올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도 물은 ‘하느님의 영’을 상징하며(이사 44.3; 에
제 36.25-27 참조) 백성에게 친숙한 비유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신
“생수”는 당신께서 ‘영광스럽게 되시는’ 십자가 죽은 뒤에 ‘당신을 믿는 이
들’에게 내리실 보호자 성령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천상 어좌에서 넘쳐흘러 온 세상에 생명을 주는 강이신(묵시
22.1-5 참조) 성령께서는 오순절에 내리시어 교회를 탄생시키신 뒤 세례의 선
물로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또한 죄와 교만으로 흩어진 우리의 영과 마
음을 (제1독서 참조) 다시 하느님께로 모아들이시고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하여 하느님께 기도해 주시는 은혜로운 ‘보호자’이십니다(제2독서 참조). 이
런 성령께 의탁하지 않고 우리가 어찌 살겠습니까?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아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