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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 중앙사무국은 11일 법정(法頂)스님의 원적후

이해인 수녀님이 보내온 추모글을 공개했다.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은 불교계와 천주교계를 대표하는 문인으로서 많은 교류를 해왔다.

두 사람 모두 암투병이라는 공통의 고난속에서도 종교적 깨달음을 담은 맑은 글로 독자들을 감동시켜왔다.

산문집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은 이날 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78. 법랍 55.

이해인 수녀님의 추모글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법정 스님께


언제 한번 스님을 꼭 뵈어야겠다고 벼르는 사이 저도 많이 아프게 되었고 스님도 많이 편찮으시다더니

기어이 이렇게 먼저 먼 길을 떠나셨네요.

2
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 슬픔은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더랬습니다.

평소에 스님을 직접 뵙진 못해도 스님의 청정한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요!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은 스님의 글씨를 표구하여 걸어놓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대조'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하시던 스님.

때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님처럼 늘 제 곁에 가까이 계셨던 스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이별의 인간적인 슬픔은 감당이 잘 안 되네요.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하기 힘드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뵐 수 있는 기회도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던 저입니다.

아주 오래전 고 정채봉 님과의 TV 대담에서 스님은

'어느 산길에서 만난 한 수녀님'이 잠시 마음을 흔들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고백을 하신 일이 있었지요.

전 그 시절 스님을 알지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수녀님 아니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불자들도 있었고 암튼 저로서는 억울한 오해를 더러 받았답니다.

1977
년 여름 스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구름모음 그림책도 다시 들여다봅니다.

오래전 스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기억도,

단감 20개를 사 들고 저의 언니 수녀님이 계신 가르멜수녀원을 방문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민들레의 영토'를 읽으신 스님의 편지를 받은 그 이후 우리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그저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고도 아름답고 정겨운 도반이었습니다.

주로 자연과 음악과 좋은 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누는 벗이었습니다.

'
…구름 수녀님 올해는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것입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기침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시각에 나를 깨워주겠어요)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정토요 별천지임을 그때마다 고맙게 누립니다…'

2003
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어쩌다 산으로 새 우표를 보내 드리면 마음이 푸른 하늘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즐거워하셨지요.

바다가 그립다고 하셨지요.

수녀의 조촐한 정성을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누군가 중간 역할을 잘못한 일로 제게 편지로 크게 역정을 내시어 저도 항의편지를 보냈더니

미안하다 하시며 그런 일을 통해 우리의 우정이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가까이 있으면 가볍게 안아주며 상처 받은 맘을 토닥이고 싶다고,

언제 같이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게 불일암에서 꼭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이젠 어디로 갈까요,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자비송 - 노래 : Imee Ooi(이메 우이)-인도네시아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