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월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다 보면 관광 체험 상품 가운데 ‘마차 투어’가 있습니
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마차 끄는 말의 두 눈 좌우에 작은 가리개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양옆의 변화를 보지 못하게 하여 말이
달리는 도중에 놀라는 것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가게 하려는 것이
랍니다. 어쩌면 우리 또한 비슷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루 살피기
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들으려 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는 신앙으로 ‘눈을 뜬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이 인류의 역사 곳곳에 배어 있음을, 우리의 삶 곳곳을 꿰뚫
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지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의 완고함을 꿰뚫
어 주변에 고통받고 상처받아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이웃들이 있음을 보
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겪은 신앙의 사건이요 눈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리고의 눈먼 이는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
십시오.”라고 간청합니다. ‘다시’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오늘 독서인 마카베오기 상권에는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임금 시절 하느
님 백성인 이스라엘의 변절과 불충실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들은 이민
족들을 부러워하여 거룩한 계약과 그들만의 고유한 관습을 저버린 채 이민
족들과 한통속아 되어 온갖 악을 저지르고 이방의 우상들에게 희생 제물
을 바치고 안식일을 더럽힙니다.
세상에 대한 관대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퇴색되고 변질되어
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도 예리코의
눈먼 이를 따라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
시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