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루카 복음서 15장의 ‘되찾은 양, 되찾은 은전,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이어
16장에는 ‘약은 집사의 비유‘가 등장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지요.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그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를 불러 더 이상 집사 일을 맡기지 않겠으니 일을 정리하라고 이릅니다.
‘낭비’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아껴 쓰
지 않고 헛되이 헤프게 씀”이라고 나옵니다. ‘헤프게’ 쓰는 것이 낭비라는
점에는 많이들 동의하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헛되이’ 쓰는 것 또한 낭비
라는 점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말하는 낭비가 바로 헛되이 쓴 경우가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듭니다. 재산 관리를 맡긴 주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주인의 목적
에 맞지 않게 쓰는 것도 헛되이 쓰는 낭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자기의 재산을 맡긴 주인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집사는 빚진 이들을 하나하나 불러 그 빚을 줄여 줍니다. 그러자 주인
이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여, 곧 집사 자리가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나중을 생각하여 주인의 것으로나마 자비를 베풀었
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 일은 무척이나 계산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의
뜻에 맞게, 곧 자비를 베푸는 데 재산을 썼기에 그가 칭찬을 받은 것이 아
닐까요?
우리는 모두 ‘집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인께서 나에게 생명을 주신 까
닭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인생은 사랑을 배워 오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시
간이 아닐까요? 우리는 시간과 재물과 재능을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